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땅한 투자처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기관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리고 있다. 오라이언자산운용, 리운자산운용 등 공모주 투자에 강점을 지닌 일반사모운용사들이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의 뭉칫돈을 신규 유치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업계는 공모주 투자열기가 한풀 꺾일 경우 일임재산이 금세 빠져나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라이언자산운용의 운용자산 총 계약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7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2820억원을 추가 유치했는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390억원은 기관투자자들이 운용을 위탁하는 투자일임 부문에서 순증했다.
오라이언자산운용의 투자일임재산 계약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1400억원이다. 총 계약금액의 99% 이상을 올해 들어 확보한 셈이다. 지난 2022년 9월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따낸 오라이언자산운용은 줄곧 10억원 수준의 계약금액만을 관리해왔다. 해당 자산은 국내 모 증권사가 운용을 위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자,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 전문 하우스에 유휴자금을 위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일임 영역에서 은행권 자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조 단위 자금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비중을 올해 상반기 확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국내·외 기관은 2000곳 이상이다. 이 중 오라이언자산운용은 코스닥벤처, 하이일드 등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적용된 펀드 운용에 강점을 지닌 하우스로 꼽힌다. 최근 '명품 코스닥벤처' 시리즈로 99호를, '명품 메자닌' 시리즈로는 100호를 결성하는 등 공모주 투자영역에서 순항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 전문 하우스인 리운자산운용도 저축·시중은행의 뭉칫돈을 올해 상반기 유치했다.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수억원에 불과했던 투자일임재산은 올해 들어 900억원가량 신규 유입됐다. 올해 1분기에 약 460억원을, 2분기에 나머지 일임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리운자산운용의 운용자산 총 계약금액은 지난 25일 기준 약 2000억원이다. 현재 운용 중인 13개 펀드 모두 IPO, 코스닥벤처, 하이일드 투자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운용성과 또한 업계에서 준수한 편에 속한다. 모든 펀드들이 플러스 누적수익률을 유지 중이고, 올해도 3개 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초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중소형 일반사모운용사 중에서는 엘엑스자산운용,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나눔자산운용, 혁신IB자산운용 등이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 일임재산을 각각 400억~500억원가량 확보했다. 해당 하우스들이 운용하던 투자일임재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수십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몇몇 중소형 일반사모운용사들이 단숨에 몸집을 불린 상황이지만 수년간 외형이 유지될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의 부재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쏠린 형국"이라며 "일임재산의 경우 운용기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공모주 시장이 위축되거나 대체투자 시장이 살아난다면 일임재산을 회수하려는 곳이 여럿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